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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패션산업,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최우리 기자

올해 세컨핸드 셉템버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함께합니다. 패션디자인, 정치외교, 환경공학 등 다양한 전공자부터 소설가, 직장인, 비영리단체 활동가까지,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2023년 8월 20일,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서울 정동에 위치한 옥스팜 한국사무소에서 책 <지구를 쓰다가>를 쓴 최우리 한겨레 기후환경 기자와 청년 활동가 30인이 만났습니다. 30인의 청년 활동가와 최우리 기자가 나눈 기후변화에 대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Q. 기후위기, 진짜인가?
A. 기후위기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1988년 11월에 설립된 UN 기후변화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를 통해 3,000여 명의 기후 전문가가 모여 기후변화의 원인과 전망을 연구하고 있다. IPCC가 지난 170년간의 지구 온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만큼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장 최근 발표한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제5차 보고서에서는 2030년대 후반까지 지구 온도 1도 상승을 예측했으나, 제6차 보고서에서는 2020년대 후반까지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Q. 기후위기에 대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까?
A. 환경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감하지 못하거나, 경제성장 등의 논리로 기후위기의 중요성을 격하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나 역시 절망감을 느낀다. 그런데 환경에 대한 관점은 세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 경험한 역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압축적인 산업화 과정을 겪은 나라다. 생존을 위해 환경을 극복해야 했던 세대, 산업화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눈으로 확인한 세대, 이 과정에서 환경교육을 받고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세대가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상대가 나와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해보면 어떨까? 우리와 다른 안경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적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소설을 통해 공감대를 일으켜 볼 수도 있다. 패션, 디자인 등 시각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서로에게 상처를 줄 만큼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항상 기억하기를 바란다.

Q. 패션, 정말 기후위기의 원인인가?
A. 물건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 ‘옷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옷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까?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얼마나 될까? 옷 한 벌을 만들고 판매하고 폐기하는 모든 단계에서 탄소가 배출되고 환경에 영향을 준다. 의류 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물 사용량도 만만치 않다. 의류 산업에서 1년에 1조 5천억 리터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것을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으로 환산하면 53억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Q. 세컨패션이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수 있을까?
A. 1인당 섬유 소비량은 1975년 5.9kg에서 2018년 약 13kg로 2배 증가했다. 섬유 소비량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의류 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다면 소비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나’를 표현하는 방식으로서 패션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 연구소장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섬유 폐기물은 재활용 수준이 매우 낮다고 한다. 새 옷을 사는 대신 세컨핸드 옷을 이용하는 것도 지구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세컨패션이 하나의 문화가 되려면 TPO(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를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문화의 변화도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산업계에서는 비즈니스 복장 규제를 완화하고 기후변화에 따라 반바지 등 캐주얼한 복장을 허용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Q. 개인의 실천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A. 제로웨이스트, 텀블러 사용하기, 철저한 분리배출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다 보면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무력감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개인의 실천만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탄소배출량의 실질적인 절감은 어렵다.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37%는 에너지생산 부분에서, 약 35%는 산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인의 실천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개인의 행동이 모이면 사회적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소비자로서, 정치권은 유권자로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개인의 실천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기업과 정부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문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최우리 기자는 기후뉴스의 역사를 설명하며 전 세계 인류 모두에게 기후위기 메시지를 던진 그레타 툰베리가 등장하기 전부터 기후뉴스는 시작됐다고 이야기합니다. 1988년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 대신 위기에 처한 지구를 표지 모델로 선정한 일은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에 전환점이 되었고, 인류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힘은 미미하지 않습니다. 한 명의 실천은 100명을 만드는 1%입니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세컨핸드 셉템버’를 통해 ‘사람의 힘’을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