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hand september

수선하는 마음으로

수선가 죽음의 바느질 클럽

“30,000원짜리 아이 재킷의 지퍼가 고장 나 수선을 맡겼는데 12,000원을 달라는 거예요. 아이가 자라면 앞으로 몇 번 못 입힐 텐데 이 가격을 주고 수선하는 게 맞나, 고민되더라고요.”

모든 일엔 품이 든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이 ‘품’에 대한 비용은 생각하지 못할 때가 있다. 패스트패션이 보편화된 지금, 옷들의 가격에는 노동자들의 수고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저렴하게 구입한 옷들은 사는 것도 버리기도 참 쉽다. 돈의 가치는 이렇듯 모든 것들을 쉽게 만들어버린다. 수선하는 데 드는 당연한 인건비가 비싸게 느껴질 만큼 말이다. 모든 것에는 정당한 가격과 가치가 필요하다.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정당함 말이다.

나는 수선이 무언가를 ‘위하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위하는 마음, 지구를 위하는 마음이 다른 마음들에 앞선다. 한 치 앞뿐 아니라 조금 더 먼 앞을 내다보는 마음이다.

수선하는 시간을 낭비라고 여기며 한심해하는 이들도 있다.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무엇이 더 생산적이란 말인가?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일? 신속하게 새 물건을 구입하는 일? 그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애쓰는 일? 진짜 낭비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매 순간 낭비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은 비효율적이지 않다. 알뜰함은 귀한 가치이고 바느질은
정성이 깃든 노동임을 수선을 하며 깨달았다. 『죽음의 바느질 클럽』 복태와 한군 지음, 마티 출판사(2024) 중

2016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우연히 바느질을 배운 것이 지금은 우리 삶의 중요한 일로 자리잡게 되었다. 주변인들에게 알음알음 바느질을 알려준 것이 2019년 ‘죽음의 바느질 클럽’이 되었고, 지금은 ‘죽바클’ 이라는 이름으로 옷을 만드는 워크숍부터 스티치 그리고 수선 워크숍을 이어 나가고 있다. 처음 바느질을 배웠을 때는 단순한 재단법과 엮어 나가는 스티치들로 내 옷을 내 손으로 직접 지어 입는다는 사실에 매료되어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꾸준히 치앙마이에 있는 바느질 스승님을 만나러 가고, 스승님을 통해 여러 소수민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접하면서 우리는 바느질을 넘어 그 이상의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의생활’에서 더 나아가 바느질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 많은 시간을 들여 손으로 지어낸 옷의 소중함을 통해 옷들을 바라보는 기준과 가치가 변했고, 쉽게 옷을 사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닌 옷 한 벌의 소중함을 더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마음에서 비롯되어 수선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수선작업을 거친 옷들의 아름다움 덕분에 수선하는 바느질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수선작업은 삶의 많은 부분에 적용되어 주변을 돌보고 아끼는 태도를 갖게 해주었다. 우리의 삶은 바느질을 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선 워크숍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양말에 구멍이 났지만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사람, 애착 잠옷의 구멍을 메우러 온 사람, 추억이 담겨 있어 다 해진 티셔츠를 버리지 못한 사람, 아끼는 에코백의 손잡이가 떨어져 수선하러 온 사람 등 특별히 아끼고 좋아하는 것들이 있는 사람들이다. 사물들에게도 정을 나눠주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정든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 특별하고 귀한 마음들이 모여
수선하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의 사부작사부작 바느질 수선도 낭비가 아닌 당연한 권리이자,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바느질을
배우는 데 귀한 돈을 지불하고, 그 기술을 감사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꾸만 새 물건을 사려는 마음도,
수선을 시간 낭비라 여기는 마음도, 충동적으로 사고 버리는 마음도 다 바느질로 꿰맬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들과
바느질하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내가 배우고 얻는 것이 많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은 깊고 풍요로운
의식에서 태어난다. 수선하는 삶은 단순히 바느질하는 행위를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다. 『죽음의 바느질 클럽』 복태와 한군 지음, 마티 출판사(2024) 중

수선하는 시간들은 결국 우리의 마음을 수선해 준다. 바느질에 몰입하고 작은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어루만지며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되어준다. 나를 충분히 돌보다 보면, 주변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그렇게 작은 바느질의 날갯짓은 세상으로 뻗어 나가 무언가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대신 무언가를 위하고 행동하는데 힘을 쏟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죽음의 바느질 클럽

수선가

복태, 한군은 한국과 태국을 거점으로 치앙마이식 손바느질 무브먼트
‘죽음의 바느질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태국의 바느질 스승님으로부터 소수민족 방식의 바느질을 전수받았다. 버리는 것 없이 재단해 옷을 만드는 고산족만의 지혜가 담긴 옷 짓기 소수민족 고유의 자수, 치앙마이식 수선 등 손바느질로 가능한 다양한 영역들을 탐구하고 있다. 또한 창조적 의생활, 손쓰는 감각의 이로움을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활발히 워크숍과 전시를 진행 중이다.

참여 소감 글을 통해 캠페인에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쁜 마음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만큼!
모쪼록 살려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