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hand september

옷 사기 전에 질문해보세요,
지금 반드시 필요한지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

이태원에서 제로웨이스트숍 겸 카페 ‘노노샵(No plastic No animal product)’을 오픈한 지 1년이 넘었다. 용산구 주민으로서 그동안 제로웨이스트숍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노샵은 친환경, 비건, 업사이클링 제품을 비롯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 식재료를 원하는 만큼 소분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 밖에도 기후위기 환경도서, 식물성 재료로 만든 디저트와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카페 등 다양한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로 4년 차 비건(Vegan, 완전 채식)인으로서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식당을 가는 것이 쉽지 않은 한국의 많은 비건인들에게 다양한 비건 식료품을 소개하고 싶었다. 일반인들도 제로웨이스트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플래그샵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공간도 예쁘고 멋지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환경에 관심 없는 분들도 이곳을 찾는다. 한번은 미국인 비건 커플이 찾아와서 왜 플라스틱이 문제인지 물었다. 플라스틱은
수백 년이 지나도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주자 처음 알았다며 고마워했다. 비건이어도 환경에 관심이 없을 수 있고, 환경에 관심이 많아도 왜 비건을 지향하는지 모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싶다. 노노샵은 단순히 구매만 하는 곳이 아니라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전혀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고객들을 볼 때마다 무척 뿌듯하다.

내 옷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지난 6월, SNS에 올린 ‘환경을 지키면서 옷 사는 법’ 릴스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요즘은 몇 번 입지 않고 버려지는 옷들이 참 많다. 2020년 기준 한국의 헌 옷 수출량은 세계 5위이다. 가급적 적게 사고 오래 입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패스트 패션은 면 재배부터 생산, 배송, 폐기에 이르기까지 탄소 배출이 막대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헌 옷을 가져오면 할인 쿠폰을 주기도 하는데 ‘그린워싱’ 마케팅일 뿐이다. 옷을 많이 사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매년 1,500억 벌의 옷이 생산되지만 평균 7번 정도 입고 버려진다고 한다. 단추 하나만 떨어져도 고쳐 입기보다는 일단 옷장 속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곤 한다. 소비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패스트 패션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 옷을 의류 수거함에 넣는 것으로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마치 기부를 한 것 같지만 실상은 수거함의 50% 가량이
다른 나라에 버려진다. 입지 못하는 헌 옷 쓰레기를 아프리카에 버리는 꼴이다. 나도 입고 싶지 않은 헤지고 망가진 옷들은 그 누구도 입고 싶지 않다. ‘헌 옷 수거함’이 아니라 ‘헌 옷 쓰레기함’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Don’t Buy Clothing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을 위해 ‘거절하기’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새 옷을 언박싱하는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기보다 오래된 옷을 고쳐 입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보내면 세컨핸드의 가치가 더 알려질 것이다.
거대한 시스템은 단숨에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실천해 나간다면 큰 변화도 만들 수 있다. 나도 6년째 실천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다. 생일이면 지인들의 선물을 거절하며 NGO단체에 기부하라고 권유한다. 옷을 오래 입기 위한 노력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많이 소유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옷이 환경과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며, 구입하기 전 반드시 필요한 옷인지 다시 한번 질문해 보자.

사진

줄리안 퀸타르트

방송인

JTBC <비정상회담> 벨기에 대표로 출연하며 다양한 방송과 강연 활동을하는 방송인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 기후위기, 제로웨이스트, 비건 등을 솔선수범하며 환경 지킴이로 활약 중이다. 2016년 유럽연합 환경행동 친선대사 임명, 주한외국인자원봉사센터(Volunteer Korea) 공동창립자로 봉사 활동을 이끌고 있다. 2023년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시민부문 우수상과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문화 부문을 수상했다.

참여 소감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자전거를
탈 때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됩니다. 비건으로도 충분히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밥, 과일, 채소 식단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때마다 행복합니다. 이번 세컨핸드 셉템버 캠페인에
참여하는 마음도 그렇습니다.